봄이면 새 잎을 내는 나무들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그 부드럽고 따듯한 느낌의 연두들이 동무들의 그것과 아주 잘 어우러져서 빛나는 풍경을 이루어내지요.
그러다가 이내 초록이 되면서부터는 모두가 초록에 묻혀 하나의 색깔이 되었다가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다시 각기 제 성질을 드러내며 나뉩니다.
나뉘되 되바라지지 않고 서로서로 어울려 더욱 멋진 산빛을 빚어내고야 말지요.
그렇게 나무들은 제 선 곳에서 동무들과 어우러져 숲이 되고 하나 되어 숲을 가꾸고 제 몫 만큼 숲을 꾸밉니다.
한 해의 영욕을 다 버리고 빈 몸으로 서서 또다른 한 해를 꿈꾸는 나무들은.
그 안에 나도 한 그루의 나무로 서고 싶습니다.
연둣빛으로 잎을 내고 초록으로 여물어 고운 단풍으로 저물어가는 한 살이를 감사하며 말이지요.

*

바흐의 첼로모음곡을 기타로 편곡해서 연주한 음원을 만났습니다.
세상에는 재주 좋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첼로로 들으며 느끼던 감흥이 기타 버전을 들으며 새롭게 다가오네요.

Graham Anthony Devine, 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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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
잔도(棧道)라고 어려운 한자말로 써놓았는데
천산산맥 오지의 벼랑에 판자 얼기설기 엮어놓은 그런 아슬아슬한 길이 떠올라 생경했습니다.
그냥 '벼랑길' 멋진 우리말이었으면 좋았을 걸.
어쨌거나 붐벼서 떠밀려 다니지 않을 평일이면 그저 산책하기 좋을 만하다 싶었습니다.
철원평야가 모내기철이어서 강물이 흙탕물이었는데, 6월 초까지는 내내 그렇다고.

콜니드라이를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던 분이 있었지요.
저 밑바닥을 훑어내리는 첼로가 좋아서,라고 하셨던가요.
오늘은 리차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로 들어보려고 합니다.
그의 출생과 입양과 그런 환경을 비추어볼 필요는 바이 없는데 
그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런 따위의 배경이 펼쳐지는 것은 참 어처구니없는 편견이겠지요.
'신神의 날'이라고도 하는 유대교의 성가를 바탕으로 한 곡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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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디 나다니는 일도 드물지만
나가더라도 무거운 카메라는 두고 다닙니다.
필요하면 휴대폰 카메라로 흔적을 남기는 정도랄까요.
지난 주일에 모처럼 나들이를 했다가
어느 찻집 앞에 핀 아로니아꽃을 만났습니다.
예쁘구나, 깊은 생각없이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말 건네며 한 장 박았는데
예쁜 꽃이 그대로 찍히지는 않았네요.
눈으로 만난 그 꽃을 기억하는 것이 더 낫지 싶습니다.

어린이 없는 집안의 어린이날인데 비가 내립니다.
그나마나 비 오시는 것은 가뭄에 단비니 그저 고마운 일입니다.

찬송 한 가락 듣습니다.


음악 올리는 것이 적응이 안 되네요.
명령이 듣지를 않으니, 불편하지만 플레이버튼을 눌러줘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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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이것으로 바꿨더니
팔순을 활씬 넘기신 선배 하나가 즉각 대꾸를 하셨다.
육이오 때 '쌕쌕이'를 보는 것 같아 깜짝 놀라셨단다.
두려워 떨며 논두렁 아래로 숨기를 거듭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셨는가보다.
트라우마라는 게 이래서 무서운 거다.
코흘리개 어리던 날의 기억이 이제 육신을 벗을 날이 가까운 한 사내의 심장에도 두려움으로 떠오른다는 사실.

형님,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저건 그 '쌕쌕이'가 아닙니다.
몇 해나 전에 이국의 설산 위 질리게도 푸른 하늘로 비행운을 남기며 날아가던 민간비행기랍니다.
안심하세요, 늙으신 소년이시여!


https://youtu.be/GvKQKnIVy1I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3 in D Minor, op. 30(Texas Fort Worth Symphony Orchestra, piano 임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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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아들, 녀석은 아직도 계단을 오르는 중이다.


*

손경민 작사 작곡


나의 눈가에 주름이 지고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잠시 눈 감고 뜬 것 같은데 어느 새 여기 있습니다.
가슴 아픈 날도 많았었고 기쁜 날도 있었습니다.
짧은 여정을 뒤돌아보니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지금까지 나의 여정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
지금까지 나의 모든 여정 인도하셨네.
나의 남은 모든 여정을 모두 하나님께 맡기리라
나의 모든 삶 마치는 날까지 붙드시리.

 

 

여정(Sop.한나형).mp3
8.85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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