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진항에 갔다가
묵호 처남집에 들렀을 때 사랑초 화분을 줘서 가지고 왔는데
먼 길 이사를 와서도 몸살 하지 않고 예쁜 꽃을 피웠다.
꽃들의 나고 꽃 피움을 보노라면
때로는 사람의 한살이가 참 속절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다.
어줍잖은 사진이 그 꽃의 아름다움을 십분 드러내지 못한 게
참 미안하다.
지난달 대진항에 갔다가
묵호 처남집에 들렀을 때 사랑초 화분을 줘서 가지고 왔는데
먼 길 이사를 와서도 몸살 하지 않고 예쁜 꽃을 피웠다.
꽃들의 나고 꽃 피움을 보노라면
때로는 사람의 한살이가 참 속절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다.
어줍잖은 사진이 그 꽃의 아름다움을 십분 드러내지 못한 게
참 미안하다.
주일(10/9) 교회에 일찍 다녀와 산으로 갔습니다.
늘 주능선을 타면서 지나치기만 하던 칼바위능선을 정릉 쪽에서부터 올랐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겁만 느는 것인지 아슬한 바위들 앞에서 두려움이 몰려오곤 했습니다.
어쨌든지 그 너덜길과 날선 바위들을 다 지나고 넘어서 산성주능선으로 올라서 문수봉까지 올랐다가
다시 대남문으로 내려와 구기분소로 하산했습니다.
산은 시나브로 가을의 빛깔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 어김없는 계절의 변화는 조물주의 엄정하심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었습니다.
이상기후니 하는 말들도 그저 오만한 인간세상에 대한 경고일 뿐
아직 창조질서는 분명하고 정확하게 운위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에 내심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었습니다.
늦게 올라가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서 산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쓰지 못했지만
새삼스럽지만 그것을 깨닫고 되뇌는 것 만으로도 이날 산행의 성과는 충분한 것이지 싶습니다.
사진은 그냥 증명이나 삼아야겠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곳, 김광석
대남문에서 산성계곡 쪽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대성암大聖菴이라는 작은 절집이 있습니다.
두어 층의 축대 아래에는 검박儉朴한 채마밭이 푸른 먹을거리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그 주변에는 딱히 가꾼 것 같지는 않지만 부러 심겼을 꽃들이 만발해 있습니다.
쑥부쟁이, 구절초, 산국, 씀바귀, 괴불주머니 따위가 그윽하게 계절을 알려주고 있는 틈틈이
무더기무더기 자리차지를 한 여뀌는 불청객임에 틀림없습니다.
봄에 내걸었던 연등이 빛이 바랜 채로 사위어가고 검붉은 칠을 한 양철지붕의 암자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한껏 볼륨을 높인 법어法語가 울려 퍼지고 있답니다.
그런데 그 법어는 큰스님의 녹음된 설법을 틀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목어木魚를 치며 외는 독경소리도 아닙니다.
속인俗人에게는 생경한 불교음악 범패梵唄도 아니지요.
'가을 잎 찬바람에 흩어져 날리면'이거나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따위의
고운 노랫말을 가진 70년대의 귀에 익은 포크송들이랍니다.
지나치는 등산객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그런 음악을 골라 들려주는 거겠지
그게 왜 법어가 되느냐고 물으시면 딱히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마는
그 계곡을 따라 한참을 더 내려가 만난 노적사露積寺의 독경소리보다
숲 그늘에 숨은 듯 작은 암자에서 들리는 그 노래들이 제게는 더 큰 울림이더라는 겁니다.
각설, 그런 절집에 사시는 스님은 장발에 기타를 메고 계시지는 않을까 내심 궁금했는데
오늘 보니, 머리도 단정하고 법복法服도 말쑥하게 차려입으신 아주 잘 생긴 분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