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이었나,
어느 낡은 건물의 층계 모퉁이, 버려진 듯한 화분에 피어 있던 꽃 몇 송이가
내 휴대폰 카메라에 붙들려 온 적이 있다.
저런 환경에서도 꽃을 피워냈다니! 하고 내심 탄성을 지르게 한
낯이 썩 익지 않은 그 꽃의 이름이 물 건너온 원예종 '가랑코예'라고 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나마 화분의 흙이 웬만큼 영양분을 가지고 있었는지
꽃의 낯빛이 그렇게 비루하지는 않았던 것이 퍽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아다지오, 그래도 꽃은 천천히 꽃대를 밀어올렸을 것이다.
칸타빌레, 그렇거나 말거나 노래하듯이 꽃잎을 열었을 것이다.
아다지오 칸타빌레.
나도 이제 이만큼 살아왔으니 그 꽃처럼 그랬으면 좋겠다.
서두를 것이 무에 있겠나, 천천히 노래하듯이 흘러갈 수 있으면 좋겠다.
느리게, 노래하듯이.
Beethoven Piano Sonata No.8 in C minor, Op.13 'Pathetique' 2nd mov., Adagio Cantab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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