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장미 한 송이가 피었다가 지는 사이
행복이란,
그 장미를 위해 바치는 노래 한 자락, 혹은 춤 한 사위

언젠가, 노래는 그칠 것이다.
춤도 그렇다.



Ulrik Neumann, “Love Waltz”
Lars Hannibal, guitar

울릭 뉴맨(1918~1994)은 덴마크의 배우이자 기타리스트였답니다.


*

골목 끝까지 나아와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저 간절한 기다림의 끝에 반가운 해후와 간단없는 사랑이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꿈에라도 보이실까 기다렸는데,
딱 일흔 번째 생일에 코로나로 오셨다. 

떠나실 무렵 몹쓸 병으로 3개월 선고를 받으시고,
나 죽기 전에 너 결혼했으면 좋겠다 하시고
또 손주를 바라시더니, 그놈 돌잔치는 해줘야겠다 하시며
기어이 그 모든 것을 보고서야 떠나가신 어머니가
그 3년이 얼마나 아팠는지 너 짐작이나 해보았느냐고,
코로나 타고 오셔서 짐짓 물으신다.

오지게 아프다.
이제야 아프다.

*

Baldassare Galuppi, Piano Sonata No.5 in C major

https://youtu.be/sRVg_qqcRSw

pianoforte,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요즘 내가 말이 많아졌다.
나답지 않아 낯설다.



*

violin, Gil Shaham

JohanSeverinSvendsen-RomanceInGMajorOp.26GilShaham.mp3
15.80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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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이 노래를 불렀고
유튜브에 올라온 웬만한 영상은 다 들어보고는 했는데
요즘은 자칭 유기농테너라는 이 청년이 부르는 영상을 만나 거듭 듣게 된다.
아무런 기교도 없이 멋 부리지 않는 담백한 가창이 좋다.
‘그립다는 것은 오래전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한번 불러보고 싶어도,
그 구절에서 숨이 멎어 번번이 노래가 되지 않는다
.


*

유기농테너? 윤서준, 이력을 찾아보지는 않았다.

마중(Tenor윤서준).mp3
5.79MB



*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 / 말 한마디 그리운 저녁 얼굴 마주하고 앉아
그대 꿈 가만가만 들어주고, 내 사랑 들려주며 / 그립다는 것은, 오래전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꽃으로 서 있을게



 

 



*


종일 비가 내렸다.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다.
흔한 소프라노 말고, 첼로로 듣고싶어 찾아봤다.
과문寡聞하여 이름도 낯선 이가 첼로를 안고 있다.
저 젊은이가 이 곡을 어찌 그려낼지 궁금하네.
그렇다고 백발이 된 솔베이지에게 첼로를 켜라고는 못하겠지.


*


Grieg, "Solveig's Song" from Peer Gynt, Op. 23 / Act 3
https://youtu.be/3eQEhpGh5JA

Zenith-Juhye Hwang, Cello / Eun-Jin Kim,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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