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덥다.
그래도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지는 않는다.
그래도 견딜 만하다.
그래도 여름은 지나간다.

물봉선 다문다문 피어있던 그 골짜기는 무더웠지.
꽃은 아마 초록에 질렸던 것 같았어.

Mozart, Clarinet Concert in A, KV 622, 2nd mov. Adagio







글쎄, 잘 모르겠다.
오래 묵었다고 다 잘 익은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오래 묵었다고 모두 쓸모없어진다는 말은 틀리지 않을까.
지워지고 잊혀지는 세대를 넘어
폐기되는 나이를 살고 있다.
고래(古來)로 드믈다는 연치(年齒)가 목에 찼다.


J. S. Bach, Siciliano
piano, Tatiana Nikolayeba









헨델의 "라르고"를 오르간으로 연주한 음원을 만난다.
합창으로 편곡한 것을 더러 부를 기회가 있어 좋아하는 곡인데 오르간으로는 처음 듣는다.
'라르고'라는 빠르기를 지시하는 용어가 곡의 제목이 된 음악,
좀 더 느리게 관조할 줄 아는 지혜를 젊어서 깨달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삶,
둘은 닮았다.


organ/ John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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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새 잎을 내는 나무들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그 부드럽고 따듯한 느낌의 연두들이 동무들의 그것과 아주 잘 어우러져서 빛나는 풍경을 이루어내지요.
그러다가 이내 초록이 되면서부터는 모두가 초록에 묻혀 하나의 색깔이 되었다가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다시 각기 제 성질을 드러내며 나뉩니다.
나뉘되 되바라지지 않고 서로서로 어울려 더욱 멋진 산빛을 빚어내고야 말지요.
그렇게 나무들은 제 선 곳에서 동무들과 어우러져 숲이 되고 하나 되어 숲을 가꾸고 제 몫 만큼 숲을 꾸밉니다.
한 해의 영욕을 다 버리고 빈 몸으로 서서 또다른 한 해를 꿈꾸는 나무들은.
그 안에 나도 한 그루의 나무로 서고 싶습니다.
연둣빛으로 잎을 내고 초록으로 여물어 고운 단풍으로 저물어가는 한 살이를 감사하며 말이지요.

*

바흐의 첼로모음곡을 기타로 편곡해서 연주한 음원을 만났습니다.
세상에는 재주 좋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첼로로 들으며 느끼던 감흥이 기타 버전을 들으며 새롭게 다가오네요.

Graham Anthony Devine, 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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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
잔도(棧道)라고 어려운 한자말로 써놓았는데
천산산맥 오지의 벼랑에 판자 얼기설기 엮어놓은 그런 아슬아슬한 길이 떠올라 생경했습니다.
그냥 '벼랑길' 멋진 우리말이었으면 좋았을 걸.
어쨌거나 붐벼서 떠밀려 다니지 않을 평일이면 그저 산책하기 좋을 만하다 싶었습니다.
철원평야가 모내기철이어서 강물이 흙탕물이었는데, 6월 초까지는 내내 그렇다고.

콜니드라이를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던 분이 있었지요.
저 밑바닥을 훑어내리는 첼로가 좋아서,라고 하셨던가요.
오늘은 리차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로 들어보려고 합니다.
그의 출생과 입양과 그런 환경을 비추어볼 필요는 바이 없는데 
그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런 따위의 배경이 펼쳐지는 것은 참 어처구니없는 편견이겠지요.
'신神의 날'이라고도 하는 유대교의 성가를 바탕으로 한 곡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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