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꿈을 꾸지 않는다.
별에게 꿈을 꾸게 하는 것은 사람이다.
꿈을 꿀 줄 모르는 별에게 짐짓 꿈꾸기를 부담하는 것은 다만 사람의 욕심이겠다.
나는 별에게 지나친가? 별을 꿈꾸게 하는 그 사람에게 그런가?
이래서 나는 시인이 되지 못했을 거다.^^

지난 꼭지에서 국악기로 연주된 남미의 음악을 들었으니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음악을 우리 악기의 연주로 듣는 것도 의미가 있지 싶다.
퍽 낯설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전승되었다는, 생황이라는 악기다.



https://youtu.be/gYwxrXKSeAI

박경훈 작곡, “꿈꾸는 별” 생황 김효영, 피아노 조윤성
 

생황(笙簧)은 한국의 전통 관악기로, 중국의 악기인 '()'이 삼국시대에 들어와 토착화된 악기이다.
우리의 생황은 중국의 셩에서 크게 바뀌진 않았으나, 조금 더 작으며 튜닝법 또한 다르다.
본디 박(바가지)으로 통을 만들었기 때문에, 국악기 중 유일하게 포부(匏部)*에 속하며 한국의 관악기 중 유일한 화음 악기이기도 하다.
(
나무위키에서 발췌)

* 사전에서 포부(匏部)’를 찾아보면 팔음(八音)의 하나라고만 되어 있고,
다시 팔음을 찾으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악기를 만든 재료에 따라 여덟 가지로 분류하는 방법.
(), (), (), (), (), (), (), () 따위가 재료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포()는 박(바가지)을 뜻한다.





피아졸라의 "망각"이라는 곡이다.
반도네온이나 첼로 연주로 더러 듣곤 했는데, 오늘 우연히 국악 버전의 이 영상을 만나 여러 번 듣고 있다.
아쟁과 피리, 우리의 악기여도 부러 찾지 않으면 들을 기회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쟁이 첼로보다 더 아리게 가슴을 파고들고, 피리는 반도네온보다 활씬 깊숙하다.
듣기에 좋으면 좋은 음악이라는 것이 선곡을 하는 내 기준이다.
그런데 좋다. 그러면 됐다.

사족이지만, 나는 잊고 싶은 기억이 별로 없다.
음악은 음악으로 들을 뿐이다.



https://youtu.be/4mytcAZj1ys

Astor Piazzolla, "Oblivion" (국악 ver.)

 





이 밤을 지나면 나는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소년처럼 깜깜한 동굴 속으로 떨어져 내리거나, 알 수 없는 흉포한 것들에 쫓기는 악몽으로 잠에서 깨어
머리맡에 켜 놓은 휴대전화에서 울리고 있는 노래를 듣다가 달아난 잠을 추스려 본다.
나는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아무도 들어줄 이 없는.


https://youtu.be/CXnLDj7aR-w

Josef Gabriel Rheinberger, Piano trio N0.4 in F major, Op.191

 

 

 



나이들어 가면서 아버지를 자주 생각한다.
아버지와 이어지는 기억은 아무리 쥐어짜도 한쪽 손의 손가락을 다 채울 만큼도 되지 않는데
그 몇 안 되는 장면들이, 물감이 덕지덕지 엉겨붙은 유화에서 칙칙한 색깔들이 거두어지듯 밝아지는 느낌이다.
나는 아버지와 화해를 하고 있는 걸까? 그건 아니다.
그분을 미워한 적이 없으므로 화해라는 말은 마뜩치 않지만 그래, 나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나도 모르게 시나브로…


Saint - Saens, Sonata for Bassoon & Piano in G major, Op.168

1st mov. Moderato
2nd mov. Allegro Scherzando
3rd mov. Molto Adagio - Allegro Moderato

Bassoon, Rachel Gough
Piano, Julius drake
Recording, 2008






종일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우산도 없이 뛰쳐나가 들길이건 포도(鋪道)건 하염없이 걷던 어린 날들을 기억한다.
후줄근한 모양 그대로 버스를 타면 사람들이 기겁을 하고 공간을 내주곤 했다.
자라면서, 이제는 늙어가면서
그때처럼 그러지 못하는 까닭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잘 모르겠다.
내 마음에 때가 많아졌을까? 
할 줄도 모르는 계산이 깊어졌을까?

cello, Antonio Janigro (1954)


눈 쌓인 사진을 올려놓고 비 이야기를 했다.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라는데 정작 연주는 첼로가 했다.
비올라 다 감바가 첼로의 전신(前身)이 아니고, 그 두 악기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한다. 
눈 사진에 비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렇다.
전혀 다르지만, 그게 사는 일인 거다.
살아보니 그렇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