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The Seasons〉 Op.37b 12. December (guitar ver.)

arr., Edward Grigoryan
guitar, Grigoryan Brothers (Slava Grigoryan, Leonard Grigoryan)
Rec, 2011

 

 

뜬금없이 고향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이런저런 추억이 소환되어 줄을 선다.
덕분에 어머니 생각도 잠깐 했다.
끝.

 

 

 

Brahms, Clarinet Sonata NO.2 in Eb major, Op.120


I. Allegro amabile 8'32
II. Allegro appassionato 4'52
III. Andante con moto - Allegro 7'09

Florent Pujuila, clarinet
Eric Le Sage, piano
Release, 2018

 

 

 

이런 쉼은 어떨까
때때로 무심한 발길이 닿는 어드메쯤
작은 초막 하나 지어놓고서
때때로 그 무심한 발길이 닿은 어느 저녁나절
그 작은 초막의 뜨락에 걸터앉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제 노래에 흠칫 놀라거나
낡은 수첩 속의 한 구절 시詩에 취하거나
차 한 잔 은은히 다려내어 그 그윽한 향을 맛보거나
생각도 다 내려놓고
그저 들을 건너오는 산 그림자를 바라보거나
그러다가, 그러다가 문득
툭툭
묻은 먼지를 털고 돌아오거나


(2002)

 

 

 

 

Piazzolla, Oblivion (Bandoneon ver.)

PiazzollaOblivionBandoneonSangJiKoh.mp3
7.32MB

DITTO Chamber Orchestra/ piano, 최문석/ bandoneon, 고상지
MBC tv art show, 〈TV예술무대〉 실황/ June 2020, rec.



비가 온다.
비안개가 자욱하다,고 말하려다 보니
안개가 아니고 구름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창밖을 한참 내다보며 서 있었다.
산이 하나뿐이어서 이름이 일산(一山)이 되었다는 곳에서 몇 년 살다가
사방에 병풍처럼 산이 둘린 여기로 이사를 온 지 이제 한 달이 막 지났다.
산이 있어 좋다.
산이 가까이 있어 좋다.
어쩌면 치악산 비로봉 그 정상에는 한번 올라보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바라볼 산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저 좋다.

아주 어릴 때 썼던 낙서 하나가 떠올라 찾아 옮겨 적어본다.
네가 거기 있어 좋았던 날도 있었지.

 

비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으면

 

빗소리
사이사이 네 음성
들려오는
사이사이 네 생각

끝없이
사이사이 네 숨결
속살대는
사이사이 네 모습

 

 

 

S. Rachmaninoff(1873~1943), “Vocalise” Op.34 No.14, (clarinet ver.)

 

Emma Johnson, clarinet
Julius Drake, piano
Release, 1994

 

 

맨땅에 금 하나 그어놓고

 

맨땅에 금 하나 그어놓고/ 이켠은 삶/ 저켠도 삶
아이들이 가위바위보/ 편을 갈라서/ 손을 맞잡고 서로 당기다가
이켠의 삶에서/ 저켠의 삶 속으로 끌려가면/ 그게 죽음
저켠의 삶에서/ 이켠의 삶으로 끌려오면/ 그도 죽음
아이들은 놀이를 한다
맨땅에 금 하나 그어놓고/ 저도 모른 새/ 살아가는 놀이를 한다

(1982)

 

 

 

사우월(思友月)


https://youtu.be/mMYrngKNOkw

향파 작시, 구두회 작곡 / mezzo-soprano 방현희 노래

작사가를 향파라고 따로 적었지만, 작곡가와 다른 분이 아니라고 한다.
'향파'는 구두회 선생(1921~2018)의 아호라니 그 깊은 뜻은 헤아릴 길 없어도 기억할 일.
기업인 중에도 동명이인이 있어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일이지만, 그분과는 전혀 다른 분이다.



다른 이의 글을 읽다가
문득 내 고향 친구가 하나 생각났다.
고향 떠난 지 하마 사십여 년이 흘렀구나.
그간 한두 번 보았나, 그 친구?

웃어야 할 때


내 친구 용비아제는

착하디 착한 사람입니다
항렬 높은 게 무슨 죄도 아닌데
미안하다야,
하던 친구 중의 친구지요
그런 그가 오래전
우리 아버지 돌아갔을 때
먼 길 찾아와서는 눈 마주치자마자 실쭉 웃더라구요
왜 웃고 그래?
하려다가 그만 침을 꼴깍 삼키고 말았습니다
그 가슴팍에 매달려 바짝 오그라든 상장(喪章)을 보았거든요
오래 모시던 홀어머니 떠나셨구나
그래, 아제야
웃잖고는 어쩌겠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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