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 Philipp Telemann (1681 - 1767)
12 Fantasias for violin solo, TWV 40:14-25 (1735)
No.1 in Eb major, TWV 40:14
(arr. for viola)

Nobuko Imai, viola
Rec, 2003



수도 없이 바뀌는
성곽이나 건축물들의 '복원' 모습을 보노라면
역사의 질곡이라는 말이 왜 생기는지 알 것도 같다.
복원이라는 이름을 걸고, 허물어진 것을 고치기도 하고
멀쩡한 것을 허물고 다시 쌓기도 한다.
'복원(復元)'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물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원래의 상태? 무엇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까?
유기물이든 무기물이든 '원래의 상태'로의 복원은 절대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옛 건축물을 복원한다고 해도 사용되는 부재는 현재의 것이니 원래의 상태일 수 없고,
그것이 지어진 시기의 기술이나 공법과도 전혀 다른 것들이 사용될 터이니 그 또한 그렇다.
무엇보다 그것들을 다루고 깎고 빚고 다듬고 칠하는 사람들이 전혀 다르지 않은가.
돌이나 죽은 나무로 지어진 건축물도 그럴진대
생명을 가진 것을 복원한다는 것은 더욱 그럴 것이다.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것으로 비슷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정확한 표현 아닐까?
저 광화문도 또 뜯어고쳤으니
사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겠지.

서양 음악 한 꼭지 올려놓으면서 드는 생각의 갈피가 어수선하다.
나는, 부모님이 나눠 주신 생명으로 태어난
그 '원래의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는가?
택도 없을 일이다.


 

J. S. Bach, Aria “Schafe können sicher weiden” from Cantata BWV.208

Originally written for a Soprano solo, two recorders & Basso continuo
Perfoumed for Cello solo, two recorders & Basso Continuo

Nexus baroque

Julia Andres, Yeuntae Jung : recorder
Hyngun Cho : violoncello
Amandine Affagard : theorbo
Jean-Christophe Dijoux : harpsichord



우화(寓話)


"왜 어떤 사람은 행복하고, 어떤 사람은 불행합니까?

세상이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닙니까?"
누군가
불만에 차서 그렇게 하나님께 따졌다던데,
그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하시나요?

하나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그를 요단강이 바라보이는 둔덕으로 부르셨다면서요?
거기서
강을 건너려고 사람들이 저마다 지고 오는
크고 작은 십자가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지요?

"저 모든 십자가를 저울에 달아보아라"

어떤 사람은 웃으며 가뿐가뿐
어떤 사람은 고통스러워 찡그리며,
누구는 가볍게 보듬어 안고
또 누구는 쇳덩이처럼 무겁게 짊어지고 온
그 모든 사람의 크고 작은 십자가의 무게가
어쩌면! 하나같이 똑같았다면서요?

하나님은 짐짓 잠잠하시지만
메아리처럼 울려오는 그 침묵의 말씀…

"그럼, 그럼. 나는 언제나 공평하단다, 얘야"


 

Tchaikovsky, “The Seasons”
12 characteristic pictures Op.37b
March, Song Of The Lark” (guitar ver.)
(arr. Edward Grigoryan)

Grigoryan Brothers
(Slava Grigoryan, Leonard Grigoryan)
Rec, 2011

 

 

겨울 은사시나무의 말


사람들은
내가 알몸으로 이 추위를 어떻게 견디는지
몹시 안쓰러워하는 눈치다
그들은 내가 여름내 매달고 있다가
놓아버린 잎사귀들을
내 옷이라고 여기는가보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그건 그저 자랑일 뿐이다
팔랑팔랑 흔들어대던 손수건 같은 교만일 뿐이다
그것들을 내려놓고 나는 지금
아주 깊숙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땅심에 흠뻑 젖어 깊이 박힌 뿌리의 끝
그 실핏줄 같은 잔뿌리까지
아래로 더 아래로 눈을 낮추고 있다
싸르륵싸르륵 바람이 머리끝을 울리고 지나갈 때마다
또록또록 내 눈은 더욱 깊어만 간다
추위가 온다고 강추위라고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면 떠는 만큼
성큼 큰 걸음으로 봄은 올 테고
그러면 이번에는 절대로 서두르지 않고
가장 낮은 뿌리로부터 끌어올린 눈을
가지마다 밀어낼 것이다
그게 또 한갓 자랑이 되고 말지
농익은 지혜의 책갈피가 될지를 지금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는 헐벗지 않았다

나는 다만 더 깊어지고 싶을 뿐이다.

 

20240316

 

Rossini (1792~1868)
Sonata a quattro No. 5 in Eb major

1. Allegro vivace 7'43 / 2. Andantino 3'48 / 3. Allegretto 3'24

I Musici
Rec, 1971




어디서 바람은 불어오는지


빗발에 젖은 산 눈 감은 채 울고 그 눈물을 따라 그 산을 오른다
턱없이 모자란 키로 늙은 소나무 나이를 헤아리고 오리나무 체중도 가늠하며
오르고 올라 선 그 정수리
노상 점잖게 웃어 보이기만 하던 산, 숲 
수없는 이파리에 부딪혀 부서지는 빗방울들
꽃보라처럼 눈시울 뜨거운 눈물
그 눈물 너머 비안개에 흐려진 도심 
저어만치 물러나 집이거나 빌딩이거나 하나씩의 점으로 찍힌,
날릴 듯 사람들이 어지러운 티끌이 되는 회색의 풍경
어디서 바람은 불어오는지
슬퍼하라 슬퍼하라고 내 젖은 귓부리에 속삭이는 
차운 비


(1987)


 

Schubert, 〈Litanei auf das Fest aller Seelen〉 D.343

Harriet Krijgh, cello
Magda Amara, piano
Release, 2021



해종일
머릿속을 헤매던 말 몇 마디를 주저앉히고 싶어 조바심했지만,
그 말들은 내 것이 아닌 모양이다.
몇 줄 쓰던 글을 버렸다.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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