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nry Vieuxtemps (1820~1881, a Belgian composer)
Elegie for Viola and Piano, Op.30

Roberto Diaz, viola
Robert Koenig, piano
rec, 2001





별에게 12


지난밤 유난히도 깜깜하던 어둠이
모두 네 안으로 들어가 숨어버리고
그리고 아침이 왔다
싱싱한 햇살에
열리는
꽃잎
地上에
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것은
밤새 반짝이던 너의
그윽한 그 눈길 때문이다, 분명하다


(1995.05)



어지럽게 비바람 치는 저녁녘

 

Carl Maria von Weber (1786 - 1826)
7 Variations on a Theme from Silvana for Clarinet, Bb major, Op.33 (J.128)

Kálmán Berkes, clarinet
Jenő Jandó, piano
rec, 1994



새싹에게


봄이 오리라는 것을 / 모르는 이는 없단다
여름이 되어서야 / 그저 지나쳐갔음을 알 뿐

서릿발 아래 / 그 혹한의 한가운데 / 뿌리를 틀고
얼음장 밑 / 그 암흑의 정수로부터 움돋아나는 / 너의 경이驚異

봄이 오리라는 것을 / 다 아는 이들은
낙엽을 딛고 겨울을 쳐들어 / 움트는 / 삶의 장엄한 교향악을 / 잊고 산단다
깜빡 놓치고 산단다


(1984)


 

이 괭이밥은 너무 자주 우려먹어서 남은 맛이나 있을랑공?

 

〈Moon Love〉, The Niall O'Sullivan Jazz Quartet

Melody from “Tchaikovsky, Symphony No.5 in Em, Op.64 - II. Andante cantabile”
(Arranged by Niall O'Sullivan)

The Niall O'Sullivan Jazz Quartet
(Trumpet, Piano, Double Bass, Drums)
rec. 2014



어제부터 간단없이 비가 내린다.
커피 한 잔 타 들고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옛 추억 하나.
대청댐이 만들어진 그 다음해였던가, 봄에 거길 갔다가
연초록의 산빛에 가슴이 떨리던 기억이
아직도 내 안에 오롯하다.

*


신록(新綠)


만지면
즙(汁)으로 묻어날 듯한
다시금 찬연한 산색(山色)
온 겨울 갊아온
살 저미는 생명에의 진통을 딛고

가슴 훌훌이 열어
하늘 위로 띄워 올리는
소리 없이 부르는 노래

핏물보다 더 진한
저 연초록의 합창은
감격한 산하의 벅찬 기도송(祈禱頌)

호면(湖面)에 비낀 제 모습에 취하여
끝없이 기리는
높으신 이의 크신 손


(1981. 5)


 

MoonLove(TheNiallO`SullivanQuartet).mp3
7.59MB

 

 

 

Camille Saint-Saëns (1835~1921)
Sonata for Oboe and Piano in D major Op. 166

I. Andantino 3'42
II. Ad Libitum - Allegretto - Ad Libitum 4'40
III. Molto Allegro 2'10

Alex Klein, oboe
Phillip Bush, pianoforte
rec, 2018



오랜 세월을 한마음으로 살아올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거기 갈등이나 답답함이나 서운한 마음이나 때때로 찾아오는 절망이 없었다면
그 아픈 세월을 버티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다.
그래서 화평을 알게 되고, 그래서 소통하는 기쁨을 깨우치고, 그래서 미루어 헤아리는 지혜를 배우고
그래서 절망 속에서도 여전히 빛은 비치고 있다는 것과
그 빛이 결코 나를 비켜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공평무사한 그 빛 속에서 나는 절망을 아끼고 어루만지며 산다.
따뜻하다.

 

 

무거운 카메라를 두고 다닌 지는 하마 오래다. 휴대폰으로 담아본 동해

 

Vincenzo Bellini (1801~1835)
Opera Norma(Act 1) Norma's Cavatina Casta Diva〉(trumpet ver.)

Jouko Harjanne(1962~ , the Finnish trumpeter), trumpet
Norwegian Radio Orchestra
Ari Rasilainen, cond.
Rec, 1999



비안개가 자욱했다.
비상등을 켜고 잔뜩 긴장한 차들이 거북이걸음이다.
동해로 내려서니 하늘이 개고 구름이 물러가기 시작한다.
뭐라고 한마디라도 들려줄까 기대했지만 바다는 별 말이 없다.
그렇게… 바다 곁에서 하루를 묵고, 뚫린 터널로 대관령을 지나왔다.
또 하루가 지났다. 바람이 분다.
소녀풍(少女風)이다.
또, 비가 오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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