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poléon Coste, Le Départ Op.31

나폴레옹 코스테(1782~1883)는 프랑스의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로
어머니에게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후에 페르난드 소르의 제자가 되었다.
스승 소르가 사망한 후 소르의 교본을 편집 출판하기도 했다. ─ 퍼온 글입니다.

Kyuhee Park(박규희), Guitar
Release, 2021

 


"출발"이라는 기타곡을 만났다.
새해라고 이러니저러니 하는 것 그닥 즐기지 않지만, 음악은 나눠도 좋으리라고 생각했다.

목선생님의 책을 다시 읽다가, 이 즈음에 어울릴 수필 하나를 여기에 타이핑한다.
짧은 글이지만, 추사의 그림처럼, 머릿속에 절로 그려지는 그림이 될까?
아버지가 그립다,라는 말을 내가 할 수 있다니….


세한도(歲寒圖)

목 성 균


  휴전이 되던 해 음력 정월 초순께, 해가 설핏한 강 나루터에 아버지와 나는 서 있었다. 작은 증조부께 세배를 드리러 가는 길이었다. 강만 건너면 바로 작은댁인데, 배가 강 건너편에 있었다. 아버지가 입에 두 손을 나팔처럼 모아대고 강 건너에다 소리를 지르셨다.

  “사공―, 강 건너 주시오.”

  건너편 강 언덕 위에 뱃사공의 오두막집이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노랗게 식은 햇살에 동그마니 드러난 외딴집, 지붕 위로 하얀 연기가 저녁 강바람에 산란하게 흩어지고 있었다. 그 오두막집 삽짝 앞에 능수버드나무가 맨몸뚱이로 비스듬히 서 있었다. 둥치에 비해서 가지가 부실한 것으로 보아 고목인 듯싶었다. 나루터의 세월이 느껴졌다.

  강심만 남기고 강은 얼어붙어 있었고, 해가 넘어가는 쪽 컴컴한 산기슭에는 적설이 쌓여서 하얗게 번쩍거렸다. 나루터의 마른 갈대는 ‘서걱서걱’ 아픈 소리를 내면서 언 몸을 회리바람에 부대끼고 있었다. 마침내 해는 서산으로 떨어지고 갈대는 더 아픈 소리를 신음처럼 질렀다.

  나룻배는 건너오지 않았다. 나는 뱃사공이 나오나 하고 추워서 발을 동동거리며 사공네 오두막집 삽짝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팔짱을 끼고 부동의 자세로 사공 집 삽짝 앞의 버드나무 둥치처럼 꿈쩍도 않으셨다. ‘사공―, 강 건너 주시오.’ 나는 아버지가 그 소리를 한 번 더 질러 주시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버지는 두 번 다시 그 소리를 지르지 않으셨다. 그걸 아버지는 치사(恥事)로 여기신 것일까. 사공은 분명히 따뜻한 방안에서 방문의 쪽 유리를 통해서 건너편 나루터에 우리 부자가 하얗게 서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도선의 효율성과 사공의 존재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나루터에 선객이 더 모일 때를 기다렸기 쉽다. 그게 사공의 도선 방침일지는 모르지만, 엄동설한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한 옳은 처사는 아니다. 이 점이 아버지는 못마땅하셨으리라. 힘겨운 시대를 견뎌내신 아버지의 완강함과 사공의 존재가치 간의 이념적 대치였다.

  아버지는 주루막을 지고 계셨다. 주루막 안에는 정성 들여 한지에 싼 육적(肉炙)과 술 항아리에 용수를 질러서 뜬, 제주(祭酒)로 쓸 술이 한 병 들어있었다. 작은 증조부께 올릴 세의(歲儀)다. 엄동설한 저문 강변에 세의를 지고 꿋꿋하게 서 계시던 분의 모습이 보인다.



 

 

Ottorino Respighi, Adagio con variazioni for cello and orchestra p.133

Andrea Noferini, cello
Orchestra Sinfonica Di Roma
Francesco La Vecchia, cond
Rec, 2010



오늘은 내내 눈이 내립니다.
그냥 두면 나중에 한꺼번에 치우기가 어렵지 싶어
저녁 무렵에 차를 덮은 두툼한 눈 이불을 한 차례 벗겨주었습니다.
얼마나 또 내려 쌓일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를 하루 남겨두고
무슨 서설(瑞雪)이니 하는 허풍은 떨지 않기로 합니다.
새해든 구랍이든 다 같은 하루들을 모아 갈라놓은 거지요.
사람들이 제 편리한 대로 날을 정하고 달을 얹고 해를 그려넣은 것일 뿐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그렇더라도 이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서로 건네는 덕담까지 백안시할 까닭은 없겠지요.
저도, 누가 부러 찾아와 볼 일도 없는 곳이기는 하지만, 이곳에 인사 한마디 남겨 둡니다.
혹 일별하며 지나치실 이 있으면 섭섭치 마시라는 소회(所懷)입니다.

새해 복 많이 빚으시고 누리시기를 빕니다.


 

 

Tomaso Albinoni, Adagio for Organ and Strings in G minor
Arranged By Remo Giazotto
(arr. trumpet and organ)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는
2차 대전이 끝난 뒤 폐허가 된 독일의 드레스덴에서
타다 남은 악보인 알비노니의 트리오 소나타와 G단조 소나타를 기초로 하여
지아조토가 편곡한 것이라고 합니다.

Håkan Hardenberger, trumpet
Simon Preston, organ
Rec, 1991

 

 

 

18. 고향의 봄.mp3
2.37MB

이원수 謠, 홍난파 曲 / bass 연광철 노래

 

연광철은 지방대학을 나왔다. 성악과도 아니고 음악교육학과였다던가.
그런 그가 국내 무대에 설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독일로 건너가 공부를 더 했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도 했다. 오페라단에 입단도 했다. 독일 정부에서 '궁정가수' 칭호도 받았다.
어떤 지휘자는 자신이 베르린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가 되었을 때 첫 무대의 성악가로 그를 지명했단다.
어느 기자는 그를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베이스 성악가'라고 했다던가.
서울대학교에서 그를 불러 여러 해 학생을 가르치게도 했다. 음악회 말고도 서로 모셔가려고 줄을 선다던가.
지연도 학연도 변변찮은 지방대 출신의 놀라운 변신이다. 말이 그렇지, 그는 전혀 변한 게 없을 것이다.

그가, 힘을 다 빼고, 반주도 없이, 우리 동요를 부른다. 고향 노래다.
목에 핏대를 세우지 않고 고음을 빽빽 내지르지 않아도 노래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알았다.

이 노래 말고도 열일곱 곡의 우리 가곡을 더한 음반이 나왔다.

귀에 익은 노래들이다. 힘 빼고 부르는 우리 가곡을 듣기 원하시는 분에게는 시쳇말로 '강추'다.
유튜브에서 거저 들을 수도 있다. '고향의 봄 ─ 연광철이 노래 하는 한국가곡'
음반 홍보 해 달라고 부탁 받은 적 없다. 서로 도무지 모르는 사람이다.


 

 

겨울비 끝에 눈 찔끔, 그래도 쌓인 눈이 보인다

 

Georg Philipp Telemann(1681~1767), Fantasy No.10 F# minor for solo flute, TWV 40:11

Jasmine Choi(최나경), flute
Release, 2015

 

 

외로이 깊은


외쳐도 외쳐도
돌아오지 않는

소리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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