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angelo Corelli (1653~1713, Italian violinist & composer)
“La Follia” Sonata in G minor Op.5 No.12

Frans Brüggen, ricorder
Anner Bylsma, violoncello
Gustav Leonhardt, harpsichord
rec, 1980

 


孤獨



너를 잡기에는

이 무서운 다리를

눈 감고 건너야 한다



(1968)


 

Richard Strauss, Duet Concertino for Clarinet, Bassoon, Strings, AV.147

1 mov. Allegro moderato / 2 mov. Andante / 3 mov. Rondo

Luis Rossi, clarinet
Ezequiel Fainguersch, bassoon
Chile Chamber Orchestra
rec, 2018





기다리며


검붉은 노을 위에 구름이 달아나오
이름 없이 죽어간 / 작은 새의 울음이
어둠이 다가오는 조그만 언덕 위에
피 묻은 깃발을 세워 놓았소

스산한 묘지 위에 바람이 뛰어가오
마른 풀잎 틈새마다 / 잃어진 기억들이
검푸른 상처마다 부서진 마음들이
길고 긴 철길처럼 / 모일 줄을 몰랐소

타다가 시드는 / 핏빛 노을 그 위로
조그만 조약돌을
힘껏 던지오

(1975. 05)


노래를 하나 만들고 싶어서 썼던 노랫말,
노래는 가락을 얻지 못하고 말 같지도 않은 말만 남았다.


 

Albert Ketelbey (1875~1959, 영국 작곡가)
〈Sanctuary of the Heart〉

New Symphony Orchestra
Robert Sharples, cond.
release, 1959



잠꼬대


엄마 보고 싶다 아들 보고 싶다 동생들 보고 싶다 남편도 보고 싶다

또박또박 토막을 치며 하는 아내의 잠꼬대

장모님 오래전에 하늘나라 가셨으니 그렇고
큰처남 순서 무지르고 세상 떠났으니 또 그렇고
작은처남이나 아들은 멀리 따로 사니 그럴지언정
매일 눈뜨면 얼굴 마주하는 나를
왜 꼬집어 보고 싶다는 걸까

잠꼬대하는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나는
그가 보고 싶어 하는 내가 아닐지도 모르지
칠십을 넘게 살아도 덜 자란 내가
제대로 숙성된 남편이기를 바라는 거겠지

미안해요, 미안해요
잠들면 나도 절로 잠꼬대하게 될까, 눈 더욱 말똥해진다


(2024. 6) 

 

 

Antonín Dvořák, Gypsy Melodies, Op.55, B104
IV. Songs My Mother Taught Me (arr. for Violin & Orchestra)

Arve Tellefsen, violin
Kaare Ørnung, piano
release, 2001



찔레꽃같이


찔레꽃같이

고운, 찔레꽃같이 서러운,
찔레꽃같이 간절한, 찔레꽃같이
향기로운 어머니의 시제(時制)는
떠나신 지 스물몇 해가 지나도록 여태
현재(現在)다


(2009)


 

Henry Vieuxtemps (1820~1881, a Belgian composer)
Elegie for Viola and Piano, Op.30

Roberto Diaz, viola
Robert Koenig, piano
rec, 2001





별에게 12


지난밤 유난히도 깜깜하던 어둠이
모두 네 안으로 들어가 숨어버리고
그리고 아침이 왔다
싱싱한 햇살에
열리는
꽃잎
地上에
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것은
밤새 반짝이던 너의
그윽한 그 눈길 때문이다, 분명하다


(199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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