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든 휴대폰 카메라로 비 온 뒤 창밖을 담는다. 뿌옇다.


Alexander Borodin (1833 - 1887)
String Quartet No. 2 in D major, 3rd mov. “Nocturne” (arr. for Cello)

Stjepan Hauser, cello
London Symphony Orchestra
Robert Ziegler, cond.
Release, 2020

 

 

어제는 종일 비가 왔다.
한겨울에 호우주의보라니, 생뚱맞은 소식이 잦아진다.
내일이면 동짓달이 되는데, 
어설프게 날리던 첫눈의 기억은 기억의 장막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다.
강아지처럼 눈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강원도민이 되었다는 것이 영 실감이 되지를 않는다.
할 일도, 해야 할 것도 없는 무위無爲의 날들
하고 싶다,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조차도 드는 것이 없다.
오른쪽 귀 뒤로 편두통이 시작됐다.
아프다.

 

인왕산에서

 

Alfred Schnittke, “옛 양식에 의한 모음곡(Suite in the Old Style)”

I. Pastorale. Moderato 3'47
II. Ballet. Allegro 2'09
III. Minuet. Tempo Di Minuetto 4'20
IV. Fugue. Allegro 2'25
V. Pantomime. Andantino 3'57

Alfred Garrievich Schnittke (1934~1998), 러시아 태생 독일계 유대인 작곡가
Vadim Gluzman, violin
Angela Yoffe, piano
Release, 2004

 

 

인왕산 가는 길


그 길에는 여전히

코스모스가 피었을까
사람들은 바삐 팔을 흔들며 지나가고
가을은 그들을 지나쳐 시나브로 영글어가는데
그 산에는 변함없이
해가 뜨고
노을이 지겠지
짐짓 나는 잊어버리고
하마 나는 지워버리고

(2021.09)

 

 

 

Gaetano Donizetti(1797~1848), “Andante sostenuto Für Oboe Und harfe”

Lajos Lencses, oboe
Rachel Talitman, harp
Rec, 1983

 




저물녘



간다고

불쑥 내뱉던 너의 말이
해 지난 오늘
이렇게 아프다

기다린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너 다시 오리라는 꿈을
버린 적 없다

내일이
또 있다

 

 

Tchaikovsky, 〈The Seasons〉 Op.37b 12. December (guitar ver.)

arr., Edward Grigoryan
guitar, Grigoryan Brothers (Slava Grigoryan, Leonard Grigoryan)
Rec, 2011

 

 

뜬금없이 고향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이런저런 추억이 소환되어 줄을 선다.
덕분에 어머니 생각도 잠깐 했다.
끝.

 

 

 

Brahms, Clarinet Sonata NO.2 in Eb major, Op.120


I. Allegro amabile 8'32
II. Allegro appassionato 4'52
III. Andante con moto - Allegro 7'09

Florent Pujuila, clarinet
Eric Le Sage, piano
Release, 2018

 

 

 

이런 쉼은 어떨까
때때로 무심한 발길이 닿는 어드메쯤
작은 초막 하나 지어놓고서
때때로 그 무심한 발길이 닿은 어느 저녁나절
그 작은 초막의 뜨락에 걸터앉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제 노래에 흠칫 놀라거나
낡은 수첩 속의 한 구절 시詩에 취하거나
차 한 잔 은은히 다려내어 그 그윽한 향을 맛보거나
생각도 다 내려놓고
그저 들을 건너오는 산 그림자를 바라보거나
그러다가, 그러다가 문득
툭툭
묻은 먼지를 털고 돌아오거나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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