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The Seasons”
12 characteristic pictures Op.37b
March, Song Of The Lark” (guitar ver.)
(arr. Edward Grigoryan)

Grigoryan Brothers
(Slava Grigoryan, Leonard Grigoryan)
Rec, 2011

 

 

겨울 은사시나무의 말


사람들은
내가 알몸으로 이 추위를 어떻게 견디는지
몹시 안쓰러워하는 눈치다
그들은 내가 여름내 매달고 있다가
놓아버린 잎사귀들을
내 옷이라고 여기는가보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그건 그저 자랑일 뿐이다
팔랑팔랑 흔들어대던 손수건 같은 교만일 뿐이다
그것들을 내려놓고 나는 지금
아주 깊숙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땅심에 흠뻑 젖어 깊이 박힌 뿌리의 끝
그 실핏줄 같은 잔뿌리까지
아래로 더 아래로 눈을 낮추고 있다
싸르륵싸르륵 바람이 머리끝을 울리고 지나갈 때마다
또록또록 내 눈은 더욱 깊어만 간다
추위가 온다고 강추위라고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면 떠는 만큼
성큼 큰 걸음으로 봄은 올 테고
그러면 이번에는 절대로 서두르지 않고
가장 낮은 뿌리로부터 끌어올린 눈을
가지마다 밀어낼 것이다
그게 또 한갓 자랑이 되고 말지
농익은 지혜의 책갈피가 될지를 지금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는 헐벗지 않았다

나는 다만 더 깊어지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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