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기54'님의 사진입니다.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Edvard Grieg, Lyric Pieces, Book 5, Op. 54 No. 4, Notturno (Nocturne)
(Arranged By Steve Erquiaga)

Steve Erquiaga, guitar
Release, 2003


 
악수(握手)


문(門)을 열고 문밖을 본다
문밖에는 문을 닫고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유리창으로는 내다보이지 않는 것
햇살의 따가움이거나 땀 찬 살갗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결 따위
문밖에는 문을 열고 내다보아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포르르 박새들이 내려앉으며 지저귀는 소리와
배고픈 들고양이의 철없는 응석 같은 것

문을 닫고 문 안에 앉아서 바라보는 문밖과
문을 열고 문 안에서 만나는 문밖과
문을 열고 나서서 만져보는 문밖과
문 안에서 나를 보듬는 것들과
열린 문으로 들어와 나를 감싸는 것들과
문밖에서 나를 만지는 것들과
나는 그것들끼리 악수하도록 시킨다
그것들은 서로 악수하기를 꺼리지만 나는 강권(强勸)한다

문 안에서 문밖을 보면서도
문을 열고 문밖을 보면서도
문밖에 나가 문밖을 보면서도
보이는 것들 나를 만지는 것들에게
악수하기를 권한다, 강권한다

더러 선뜻 악수하는 놈들을 보면
가슴이 따스해져
웃, 는, 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