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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가 왔다.
치악산 자락으로 이사를 왔지만, 병풍처럼 둘린 산들 가운데서
나는 아직 이 산의 주봉主峯이 어느 것인지 알지 못한다. 절로 알게 되겠지. 급할 건 없어.
두어 번 이사를 하며 방향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북한산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사십 년을 넘겨 살다가 이곳에 온 지 이제 겨우 두 주간이 지났다.
오늘은 비가 오락가락했다.
해가 반짝 났다가 요란하게 빗줄기를 내려꽂기도 하고 바람도 드세게 불어
멀쩡한 창문을 흔들어대기도 했다. 그러다가 저녁을 건너뛰고, 밤이 왔다.
이 가을 저녁 나는 하릴없이 부산했다.
명상은 고사하고, 급하게 다녀오느라 화장실 문 앞에 떨어뜨린 생각 하나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까맣게 잊었지만, 그냥 잃어버리기는 아쉬운 말들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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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저녁의 조용한 명상(Quiet Meditation on an Autumn Evening)" in F#m, WAB 123
Anton Bruckner(1824~1896), Austrian composer & organist
Vadim Chaimovich(1978~ ), Lithuanian pia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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