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찾아 듣는 첼로 버전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더블 베이스로 연주하는 실황을 만났는데,
연주하는 이들은 국적도 이름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덩치 큰 악기로 하는 1악장 연주를 귀 기울여 들었다.
청중과 손 내밀면 닿을 듯한 연주회장은 비좁아 보였고
좀 거칠게 느껴지는 음질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사라진 악기의 이름이 음악의 제목이 된 이 곡이 좋다.
아르페지오네를 다시 만들어 연주하는 이들은 없을까?
첼로 비슷한 몸통에 기타처럼 지판에 음정을 나누는 프렛이 있었다던
그 악기가 궁금하다.

 

 

Schubert, Arpeggione Sonata, 1st mov. (double bass ver.)

Bozo Paradzik, double bass
Mira Wollman, pianoforte



 


이른 새벽 태백(太白)을 오르다

 

뚝뚝 눈물 흘리고 있었던 게 분명해
누가 저를 바라보는 걸 눈치채고 시치미 떼고 있는 거야
그렇지 않고는 그 눈망울 저리도 그렁그렁할 수가 없어
결코 낮은 산이 아닌데도 순한 양처럼 엎드린
그 등성이를 눈길로 쓰다듬다가 문득 눈물이 돌기 시작했을까
어쩌면 나처럼 어머니가 보고 싶어진 건지도 모르지
아니면 고향 동무의 버짐 핀 얼굴이 그리웠을까
한 녀석이 그러니 너도나도 덩달아 입술 깨물고 눈물 흘렸을 거야
알다시피 그런 건 왜 전염이 잘 되는 증상이잖아
아무리 모른 척하고 눈 깜빡거려도
봐, 이것 좀 봐
무심한 내 눈에도 고이는 이 뜨거운 눈물 낮아지고 싶어
낮아지고 싶어 이른 새벽 태백을 오르다 올려다본 깜깜한 하늘
쏟아져 내릴 듯 반짝이는 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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